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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요갱]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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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부터 불어오던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더니 끝끝내 한차례 비를 뿌리고 말았다. 한여름 소나기가 대개 그렇듯 그 어떤 징조나 예고 없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빗방울은 마치 방문을 두드리기라도 하려는 듯 너덜해진 문풍지를 톡톡 가볍게 치고 떨어져 나갔다.


느릿하게만 들리던 빗방울 소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빨라지자 누군가 방문을 열고 힘겹게 걸어 나왔다. 발아래 부딪치는 마룻바닥 소리가 세월의 무게를 대신해 오래된 트림을 사정없이 내뱉었다.


한겨울 파뿌리처럼 말라비틀어진 백발의 여인이 마루에 어렵사리 걸터앉아 초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여인의 얼굴에는 조선 팔도의 계곡을 빼다 박은 듯 깊은 주름이 여러 갈래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허연 모시 적삼은 왜소한 여인에게는 오히려 수의를 걸친 것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처마 끝에 달린 빗방울이 모아지길 여러 차례, 버티고 있던 그 방울들은 바닥 아래 이미 괴어 있는 흙탕물 속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물방울은 맑은 소리와 함께 잔잔한 원을 그리며 이내 사라졌다.


점점 사라져가는 원을 보니 이미 말라도 오래전 말라버렸으리라 믿었던 눈언저리가 뜨끈해졌다. 눈물 한 줄기가 움푹 패인 주름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칠 것 같지 않던 소낙비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서산 너머에는 붉은 기운이 금세 감돌기 시작했다.


그 붉은 기운은 여인의 뜨끈했던 눈언저리를 서서히 물들여갔다. 초요갱은 남은 힘을 다해 힘겹게 일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사위로 춤을 추었다.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