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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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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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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유독 힘든 집필이었다. 구성을 잡는 것도,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과정도 너무 힘이 들었다. 과연 내가 절망과 지독한 상처의 무게를 희망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다. 스스로를 평가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두려움이 먼저 앞서 왔다.


작품을 보면 띄엄띄엄 진행되는 부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올 것이다. 모두가 지윤 아빠를 알고 있는 부분이 그러하며, 모두가 지윤이를 알고 있는 부분 역시 그렇다. 나는 아동의 아픔은 모두가 알아야 되는 의무라 생각했다. 그리고 조두순 사건을 생각하며 우리는 독으로, 때로는 약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알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엄청난 사건을 접하고 느끼고 있다. 굳이 내가 지윤 아빠를, 지윤이를 타인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넣지 않아도 우리의 가슴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기사나 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 과연 우리는 이 엄청난 사건들 속에 무엇을 공유했을까? 공유한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사소한 생활을 당연하다는 듯 듣고 읽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우리가 마음을 나눠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 아닐까? 아픔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당연하다는 듯 알게 되었다면, 그들에게 도움을 건네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 아닐까?


삶이라는 여정을 걸어가며 우리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나 역시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렇다. 나는 영화 속 명대사를 많이 인용하였다. 내가 힘을 얻었던 명대사들을 공유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모두가 공감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독히 이기적이고 내면적인 글은 특정 누군가에게만 희망을 선물할 뿐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번 작품에서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희망을 그리고 싶었고,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이 절망으로 다가오는 모든 이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지금 이 새벽, 소용돌이치듯 설레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오후 1시 15분, 나영이 아버님을 뵈었다. 내 소설을 전달해드리며 아버님께 많은 조언을 구했다. 아버님과의 대화는 정말 슬펐다. 눈물이 앞을 가리며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손을 잡아드리고 싶었다. 안아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자격이 없었다.


아버님과 함께 나영이가 치료 받고 나오는 길을 동행했다. “누구야?” 나영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웃으며 “소설가 아저씨야.”라고 대답했다.


눈물이 왜 그렇게 쏟아지려 하는지. 왜 나는 죄책감에 그렇게 서러워했는지.


어른으로서, 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그저 지켜만 봤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죄의식이 밀려왔다.


나영이와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나영이가 내 팔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아저씨는 뭘 먹어서 그렇게 키가 커?”


입술을 깨물었다. 병원 복도를 걸어 나오는데, 누군가가 나의 눈을 볼까 두려웠다. 나는 나영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먼 곳을 응시한 채 말했다.


“많이 먹었거든. 너는 살 좀 쪄야겠다. 많이 먹고 살 좀 찌자.”


나는 나영이가 심리치료를 받는 곳까지 동행했다. 나영이 아버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심리치료사가 아버님을 불렀다. 나영이는 상담이 끝나고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가냘픈 손. 꼭 잡아주고 싶었다. 미친 듯이 나영이를 안고 ‘내가 꼭 지켜줄게.’라고 말하고 싶었다.


돈을 많이 찾아오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나영이와 식당으로 향했다. 나영이는 자꾸 내 키가 크다며 신기하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손을 잡는 일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나영이의 작은 손. 나는 차마 잡지 못했다.


이 답답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그놈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절대 상상해서는 안 되는 잔악함을 생각했다. 찢어 죽여 그 몸뚱이를 굶주린 짐승에게 던져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천사였다. 나영이는 천사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어찌 이 예쁜 아이에게 신은 잔인한 폭력을 선물했을까?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나영이에게 말했다.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우동.”


“우동 하나밖에 없어?”


“응.”


“그럼 아저씨 배고프니까, 돈가스도 시키고 함박스테이크도 시키고 생선가스도 시키자. 아! 제육덮밥도 먹고 싶네.”


“아저씨 돼지야?”


“하하! 맞아 아저씨 돼지야. 꿀꿀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주문했다. 나영이가 부끄러운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전화번호 뭐야?”


“응?”


“전화번호 알려줘.”


고마웠다. 고맙고 고마워서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나영이는 저장한 다음 바로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모티콘이 포함된 ‘메롱’이라는 문자. 나는 바로 앞에서 웃으며 답신을 보냈다. ‘땅콩’ 다시 답장을 보냈다. ‘보름달이 꼭 네 얼굴 같구나!’


우리는 서로 웃었다. 나는 나영이에게 땅콩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나영이는 나를 키다리아저씨라 저장했다. 나는 나영이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 이름을 알 권리나 자격은 나에게 있지 않았다. ‘땅콩아!’라고 부르는 것이 유일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우리 땅콩이…….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우리 땅콩이……. 이제 그 누구도 땅콩이를 건들지 못하게 내가 지켜줄게. 사랑만 받으며 살자.



나영이 아버님께서는 나영이처럼 아픈 아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길 간절하게 원하십니다. 그렇기에 당신을 희생하셔서 많은 활동을 하십니다. 언론의 장난질에도 꿋꿋이 버텨나가며 많은 이들에게 폭력에 대해 호소하십니다.


여러분, 잊지 맙시다. 나영이 아버님의 마지막 말을 전합니다.


“잊으려 하면 안 돼요. 이겨내야지.”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