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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도시의 연인]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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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밑부분의 굉음과 함께 화쇄난류가 네아폴리스 만을 가로질렀다. 화산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꾸역꾸역 피어오른 그 검은 구름은 미친 사자들처럼 뛰쳐나와 수천 명의 피난민을 떼죽음 속으로 몰아넣었다. 로마에서는 더러운 눈과 같은 화산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불과 열여덟 시간 동안에 저 베수비우스는 1천억 톤에 달하는 속돌과 암석, 그리고 화산재를 토해냈다.


로마에서 구조를 왔으나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살인자는 죽기 전에도 살인을 하고, 도둑은 죽으면서도 훔쳤으며, 사랑하는 자는 사랑하면서 죽었다.


옆 마을 헤르쿨라네움의 주민들도 25미터의 속돌과 화산재에 묻혀버렸고, 그렇게 폼페이와 함께 화석이 되었다.


이틀 뒤에 그 잔해 속을 뒤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그라티아와 클라우디아, 저 멀리에는 비극시인도 보였다. 그때 산 위에서 한 차례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구름이 사라졌고, 베수비우스 화산은 또다시 침묵에 잠겼다.

폼페이는 결국 로마 제국의 명암을 동시에 투영한 채, 그 시간 속에 1500년간 잠들어 있었다.


1594년 수도관 공사를 하다가 발견된 폼페이는 고대 신전과 상점, 희생자들의 유골과 그들의 석고상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카시야라는 이름의 여자는 보석을 손에 움켜쥔 채로 발견되었고, 검투사 막사에서는 두 남녀의 유골과 기이한 등잔이 뒹굴고 있었다.


빵 가게에서는 8등분 된 빵이 오븐 안에 들어 있었고, 금 열 조각과 커다란 열쇠를 쥔 채 화석이 된 남자의 유골이 나왔다. 공동묘지 지구에서는 파헤쳐진 무덤도 몇 기 발견되었는데, 관 대신 돌 제단이 있는 커다란 묘지도 하나 있었다.


당시의 라틴어에 ‘화산’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사랑과 음모, 배신과 질투, 권력이나 야망 같은 온갖 단어들은 지금처럼 똑같이 존재했다.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