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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신부] 6장 마지막인 동시에 감동적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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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마지막인 동시에 감동적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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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마지막인 동시에 감동적인 사건




안나 양이 깊은 상심에 빠져 방 안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데, 문이 열리고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가 들어왔습니다. 후회와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모르며 안나 양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탄하는 어조로 말했지요.

“오, 사랑하는 아만두스, 제가 눈이 멀어 당신께 쓴 편지에 대해 용서하세요! 하지만 그때 저는 마법에 걸려 그랬던 것이고 지금도 아마 그럴 거예요. 저를 구해 주세요, 구해 주세요, 아만두스! 저는 노랗고 꼴불견이 되었어요. 정신이 나갔었나 봐요. 하지만 진실한 마음만은 간직하고 있고, 왕의 신부는 되지 않겠어요!”

“모르겠소.”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가 대답했어요. “그대가 그렇게 한탄하는 이유를 모르겠소. 나의 소중한 아가씨, 당신에게 가장 멋진 최고의 운명이 주어졌는데 말이오.”

“조롱하지 마세요.” 안나 양이 말했습니다. “왕비가 되려고 했던 어리석은 교만 때문에 저는 혹독한 벌을 받았어요!”

“참으로…….”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가 계속 말했어요.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겠소, 나의 충실한 아가씨. 솔직히 그대의 마지막 편지를 받고 나는 기막힌 분노와 절망에 빠졌었다오. 나는 친구들을 때리고, 그다음에는 푸들을 패고 유리잔 몇 개도 깨뜨렸다오. 그런데 당신도 아시다시피 복수심에 불타는 대학생은 놀림감도 되지 못하지요! 미친 듯이 혼자 분풀이를 한 후, 나는 어떻게 사랑하는 신부를 잃게 되었는지, 왜 그리고 누가 빼앗아 갔는지를 내 눈으로 직접 서둘러 가서 확인해 보기로 결심했소. 사랑에는 신분이나 지위가 없는 법이오. 나는 다우쿠스 카로타 왕을 직접 만나서 나의 약혼녀와 결혼한다니 그것이 파렴치한 짓인지 아닌지 따지고 물으려고 했소. 그러나 여기에 와서 모든 사정이 달라졌소. 다시 말해 내가 야외에 쳐져 있는 아름다운 천막을 지나는데, 마침 다우쿠스 카로타 왕이 천막에서 나왔소. 나는 여태 그런 인물을 만나 본 적이 없지만, 있을 수 있는 가장 친절한 군주가 내 앞에 있음을 단박에 알아챘다오. 생각해 봐요. 글쎄 그가 즉각 내가 고귀한 시인임을 알아보고, 그가 읽어 본 적도 없는 나의 시들을 극구 칭찬하더니 궁정 시인으로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오. 오래전부터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내가 열망하던 목표였기에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 제안을 승낙했소. 오, 나의 소중한 그대! 나는 열광적으로 그대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를 것이오! 시인이라면 여왕이나 군주의 부인을 사랑할 수 있소. 아니, 그런 고귀한 인물을 마음의 여인으로 선택하는 것이 시인의 의무이기도 하다오. 그로 인해 다소 광기에 빠진다 해도, 바로 그 광기를 통해 신적神的인 무아경에 이르며 그것 없이는 그 어떤 시도 생겨나지 못하는 법이오. 그리고 그 누구도 어떻게 보면 좀 기이한 시인의 행동에 대해 이상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위대한 타소를 연상해야 한다오. 타소 역시 레오노레 1세 공주를 사랑한 탓에 속된 상식이라는 병으로 어지간히 고통을 당했다고 하오.29 나의 소중한 그대, 그대도 곧 여왕이 될 터이니 내 마음속의 여인으로 남아 주시오. 나는 고귀하고 거룩한 시 안에서 그대를 높이 뜬 별에 이르기까지 찬양할 것이오!”

“아, 당신이 그를 보았군요. 그 음흉한 괴물을요. 그런데 그가…….”

안나 양이 기겁을 하고 소리를 치는데, 그 순간 난쟁이 그놈 왕이 방으로 들어와 아주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오, 나의 사랑스러운 신부여, 내 마음의 우상이여, 두려워 마시오.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저지른 작은 실수 때문에 난 화가 났었소. 이제는 아니오! 그 덕분에 나의 행복이 앞당겨졌으니! 사랑하는 이여, 당신과의 경사스러운 결혼이 뜻하지도 않게 내일 거행되게 되었다오. 그리고 당신은 내가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를 궁정 시인으로 선택한 것을 보게 될 거요. 그가 당장에 자신의 재능을 펼쳐 우리에게 노래를 하나 해 주었으면 좋겠소. 나는 탁 트인 자연이 좋으니, 우리 정자로 나갑시다. 나는 당신의 품에 안길 거요. 그럼, 사랑스런 신부여, 노래가 불리는 동안 당신은 내 머리를 어루만져 주구려. 당신이 그렇게 해 주는 것이 나는 참 좋다오!”

안나 양은 두려움과 공포에 마비된 채 모든 일이 벌어지는 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다우쿠스 카로타는 바깥 정자에서 안나 양의 품에 안겼고, 그녀는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고요.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는 기타를 반주하며 모조리 그가 직접 짓고 작곡하여 두꺼운 책에 적어 둔 2다스의 노래들 중 첫 번째 것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이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는 답술하임의 연대기에는 그 노래들이 전부 기록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나가는 농부들이 발길을 멈추고, 대체 어떤 사람이 답술 폰 차벨타우 씨의 정자에서 저다지도 괴로워하며 끔찍스러운 비탄의 소리를 내는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는 사실만 언급되어 있을 뿐입니다.

다우쿠스 카로타는 몸을 돌려 안나 양의 품에 바싹 매달려 지독한 복통에 시달리는 것처럼 점점 더 처절하게 신음하고 흐느꼈어요. 안나 양도 노래가 불리는 동안 코르두안슈피츠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알아채고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는 다음의 숭고한 시구를 노래했습니다(딱 이 한 곡이 실제로 연대기에 실려 있지요).


아! 그 시인은 얼마나 즐겁게 노래하는지!

꽃향기와 빛나는 꿈들이

장밋빛 하늘 공간을 지나

황홀하고 경건하게 어드멘가로 흘러가는구나!

아, 너 황금빛의 어드멘가,

너는 정다운 무지개 속에 떠 있구나.

그곳 꽃물결 위에 거하는

너는 바로, 바로 어린아이같이 천진한 곳!

바로, 바로 밝은 마음, 하나의 가슴,

오로지 사랑하고, 오로지 믿으며

비둘기와 더불어 장난질 치며 구구거리는 바로 그것,

그것을 시인은 즐겁게 노래한다.

시인은 황금빛 공간들을 지나

머나먼 복된 어드멘가로 향해 가는데,

달콤한 꿈들이 그를 감싼다.

하여, 시인이 하나의 영원한 바로 그것이 되리!

동경을 타고 가는 시인에게 그곳이 열리면,

곧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고,

환영의 키스, 다정한 결합,

그리고 만발한 꽃, 향기, 꿈들,

생명과 사랑과 희망의 씨앗들

그리고―


다우쿠스 카로타는 째지는 듯 비명을 지르며 아주아주 작은 당근으로 변하여 안나 양의 품에서 미끄러져 땅속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그곳에 밤새 벤치 바로 곁에서 자란 듯 보이는 회색 버섯이 공중으로 치솟았어요. 하지만 그 버섯은 다름 아닌 답술 폰 차벨타우 씨의 회색 털모자였고, 모자 아래에 숨어 있던 답술 씨는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의 가슴으로 돌진하여 얼싸안으며 기쁨에 들떠 외쳤어요.

“오, 나의 소중하고 훌륭하며 사랑스러운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군! 자네는 강력한 마법의 시구로 나의 모든 카발라 학문의 지혜를 쓰러뜨렸네. 그 어떤 심오한 마법도, 하릴없는 철학자의 무모한 용기도 해낼 수 없는 일을 자네의 시가 해냈네. 자네의 시는 음험한 다우쿠스 카로타의 몸에 강력한 독을 침투시켰지. 만약 그자가 재빨리 자기 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더라면, 그놈으로서의 본성에도 불구하고 복통 때문에 비참하게 죽고 말았을 걸세! 내 딸 안나를 구했네. 무서운 마법으로부터 나를 구해 냈어. 나는 마법에 걸려 여기에서 볼품없는 버섯 꼬락서니로 있다가 내 딸 손에 죽을 운명이었지! 내 이 착한 것은 송이버섯같이 당장에 고귀한 특성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면, 정원과 밭에 난 모든 버섯들을 날카로운 삽으로 인정사정없이 없애 버리니 말일세. 고맙네. 진심으로 고마우이. 존경하는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군, 내 딸을 생각해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나? 하긴,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애의 예쁜 모습은 그놈의 간악한 장난질에 속아 넘어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일세. 하지만 자네는 대단한 철학자이니 뭐 그런 걸 가지고…….”

“오, 아버지, 아버지!”

안나 양이 환호성을 쳤습니다. “저기를 보세요, 저기를 좀 보세요. 비단 궁전이 사라졌다고요. 그는 떠났어요. 그 추악한 괴물이 상추 왕자랑 호박 대신 같은 시종들과 함께 가 버렸어요. 그 밖의 일은 아무래도 좋아요!”

안나 양은 이 말을 하며 채소밭으로 뛰어갔어요. 답술 폰 차벨타우 씨도 힘껏 딸을 뒤쫓아 갔고, 그 뒤를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가 따라가며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군. 하지만 그 꼴불견의 쪼그만 당근 녀석은 파렴치하고 산문적인 악동이지, 결코 시적인 왕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 그렇지 않았다면 그놈이 나의 더없이 숭고한 노래를 듣고 복통을 얻어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진 않았을 테니 말이야.”

안나 양은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 채소밭에 서자, 불운한 반지를 끼고 있던 손가락에서 엄청난 통증을 느꼈어요. 그 순간 가슴을 찢는 듯한 비탄의 소리가 땅 밑에서 흘러나왔고, 뾰족한 당근의 끝이 올라왔습니다. 안나 양은 떠오르는 예감에 따라 지금껏 좀처럼 손에서 뺄 수 없었던 반지를 재빨리 쉽게 빼냈어요. 그리고 그것을 당근에게 꽂자 당근이 사라졌고 비탄의 소리도 사라졌지요. 뿐만 아니라 놀라운 일이! 그 즉시 안나 양도 예전처럼 아름답고 균형 잡힌 몸매에, 하얀 피부, 알뜰한 시골 처녀에게서만 기대할 수 있는 예쁜 모습이 되었습니다. 안나 양과 답술 폰 차벨타우 씨 부녀가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는 완전히 넋을 잃고 서서 여전히 뭐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안나 양은 달려오는 우두머리 하녀의 손에서 삽을 받아 들고 신이 나서 “이제 일하자!”라고 소리치며 허공에 삽을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불행하게도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의 이마(지각 기관이 존재하는 바로 그 부분)를 세차게 쳤고, 그래서 그는 죽은 것처럼 쓰러져 버렸어요. 안나 양은 그 살인 도구를 멀리 던져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 곁에 주저앉아 절망에 찬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그사이에 우두머리 하녀는 물뿌리개에 가득 든 물을 그에게 통째 쏟아부었으며,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정말로 아만두스 씨가 죽은 것인지 별들에게 물어보려고 쏜살같이 천문 탑으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는 다시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안나 양을 품에 안고 사랑의 기쁨에 취해서 소리쳤어요.

“오 더없이 훌륭하고 소중한 안나! 이제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었소!”

이 사건이 사랑하는 두 남녀에게 가져다준 기묘하고도 믿을 수 없는 결과는 금방 드러났습니다. 두 사람의 생각이 아주 묘하게 뒤바뀌고 말았지요.

안나 양은 삽을 직접 다루는 일을 꺼리게 되었고, 진짜 여왕처럼 채소의 왕국을 지배했답니다. 그러니까 애정을 가지고 그녀의 신하들이 적절히 보호 육성될 수 있도록 마음을 쓰면서 그 일을 손수 하지 않고 충실한 하녀들에게 맡겼던 것입니다. 반대로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는 자신이 지었던 모든 시들을, 자신의 모든 시적 노력을 지극히 시시하고 어리석다고 여기게 되었고 고대와 근대의 위대하고 참된 시인들의 작품에 심취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흐뭇한 열광이 그의 내면을 거의 충만하게 하여, 그 자신의 자아에 대한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어요. 그리고 시라는 것은 모름지기 한낱 무미건조한 착란 상태가 노출시키는 엉클린 말장난과는 다른 무엇이어야 한다는 확신에 이르러, 지금껏 그가 자조하거나 연모의 정을 그리거나 고상한 척하면서 써 왔던 모든 시 나부랭이들을 불 속에 던져 버린 후, 다시 옛날처럼 사려 깊고 마음과 기분이 밝은 젊은이가 되었답니다.

어느 날 아침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정말로 안나 양과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천문 탑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곧이어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실피데 네하힐라와 결혼까지 했는지에 관해서는 답술하임의 연대기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화 옮김




29 1790년에 완성된 괴테의 『토르크바토 타소』는 이탈리아의 시인 타소Torquato Tasso(1544~1595)를 소재로 한 5막의 고전주의 희곡이다. 대작 『예루살렘의 해방』을 완성한 타소는 궁정에서 대우를 받지만, 현실가인 대신 안토니오와 충돌한다. 안토니오는 풋내기 타소가 세인으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이 비위에 거슬렸고, 타소는 안토니오의 늙은 속물 근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타소는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여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박해한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피해망상자로, 결국에 궁정에서 칼을 뽑아 안토니오에게 도전하고, 그를 아껴 주는 레오노레 공주에게 구애를 한다. 하지만 궁중에서 늘 말썽만 부리던 타소는 시적 자유가 현실 전반에 미치지 못함을 깨닫고 안토니오와 화해한다.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