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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신부] 5장 사건의 참혹한 파국에 대한 보고와 이후의 사건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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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사건의 참혹한 파국에 대한 보고와 이후의 사건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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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사건의 참혹한 파국에 대한 보고와

이후의 사건 전개




안나 양이 막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에게 편지를 부쳤을 때,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안으로 들어와 매우 고통스럽게 울먹이는 어조로 말했습니다.

“오, 내 딸 안나! 우리 둘 다 치욕스럽게 속았구나! 그 흉악한 놈이 너를 유혹하여 덫에 몰아넣고 나를 속여 자기를 코르두안슈피츠라 불리는, 포르피리오 폰 오커로다스테스 남작이며, 위대한 그놈 트실메네히와 고귀한 코르두아 원장 수녀의 결합으로 생긴 빛나는 가문의 자손이라 믿게 하다니, 못된 놈 같으니라고! 네가 사실을 알면 실신하여 쓰러질 거다! 그는 그놈이기는 하나, 채소나 가꾸는 가장 천박한 가문이란다! 그놈 트실메네히는 가장 고귀한 가문 출신, 말하자면 다이아몬드를 보호하는 임무를 띤 가문 출신이었지. 그다음으로 고귀한 가문이 금속 왕국에서 금속을 만드는 가문이고, 그다음이 꽃을 돌보는 가문인데, 그들은 실피데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다지 품위 있는 가문은 아니란다. 하지만 가장 저질이고 품위가 떨어지는 가문이 바로 채소를 재배하는 그놈들이다. 그런데 사기꾼 같은 코르두안슈피츠는 바로 그런 그놈일 뿐만 아니라, 글쎄, 바로 그 가문의 왕이며 이름은 다우쿠스 카로타란다!”

안나 양은 기절하여 쓰러지지도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한탄하는 아버지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친애하는 독자께서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지요! 그러나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그런 안나 양을 보고 크게 놀라며 제발 무시무시한 운명을 직시하고 원통해하라고 더욱 열렬히 설득했어요. 그러자 안나 양은 더 이상 자기만이 간직했던 비밀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른바 코르두안슈피츠 남작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에게 그의 본래 신분을 밝혔으며, 그때부터 자신은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고, 그 외의 다른 어떤 남자도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그러고는 다우쿠스 카로타 1세가 데리고 간 채소 왕국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광경을 상세하게 묘사했고, 그 광대한 왕국에 사는 다양한 백성의 기이한 기품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답니다.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여러 차례 손뼉을 치고 그놈 왕의 사악한 행동을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그 그놈은 가장 교묘하고, 정령 자신에게조차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가엾은 안나 양을 어두운 악마의 왕국으로 끌어내린 것이었어요.

“그건 대단히 훌륭할 수도 있다.”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귀 기울여 듣는 딸에게 그제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어떤 자연의 정령이 인간의 원칙과 결합하는 것이 대단히 훌륭하고 유익할 수도 있단 말이다. 이를테면 그놈 트실메네히와 막달레나 드 라 크루아의 결혼이 그 표본을 제공하고 있지. 바로 그런 연유로, 그 사기꾼 다우쿠스 카로타가 그 혈통의 한 후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도 그것의 경우는 정령족들의 다른 왕과 군주의 경우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단 말이다. 샐러맨더 왕들은 순전히 불같이 격분하고, 실피데 왕들은 순전히 교만하고, 운디네 여왕들은 순전히 사랑에 빠지고 질투심이 강하기만 한 데 비해, 그놈gnom 왕들은 음흉하고 간악하고 잔인하단다. 순전히 자신의 신하들을 유괴해 가는 인간의 자손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 어떤 인간의 자식이든 유혹하려고 애써 왔다. 그렇게 유혹당한 인간 자식은 인간적 본성을 벗어던지게 되고, 그놈gnom과 똑같이 기형의 모습이 되어 땅속으로 끌려가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단다.”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사랑하는 다우쿠스를 헐뜯는 온갖 결점들을 안나 양은 전혀 믿으려 들지 않아 보였고, 오히려 자신이 곧 지배할 거라 여기는 아름다운 채소 왕국의 경이로움에 대해 또 한 번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눈이 멀었구나.” 분기탱천한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버럭 소리쳤습니다. “눈이 먼 어리석은 것! 너는 아비가 카발라의 지혜에 통달해 있다는 것을 못 믿는구나. 흉악한 다우쿠스 카로타가 너를 홀려 믿게 한 모든 것이 온통 기만이라는 것을 아비가 모르겠느냐? 그런데 너는 나를 못 믿는구나. 하지만 내 하나뿐인 자식인 너를 구하기 위해 널 설득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납득시켜야겠구나. 나와 함께 가자!”

안나 양은 두 번째로 아버지와 함께 천문 탑으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커다란 상자에서 노랑, 빨강, 하양, 초록색 끈을 잔뜩 꺼내 이상한 의식을 치르면서 그 끈으로 안나 양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둘둘 감았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똑같이 했어요. 그러고 나서 안나 양과 답술 폰 차벨타우 씨 부녀는 다우쿠스 카로타 1세의 비단 궁전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안나 양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가져온 날카로운 가위로 천막의 솔기를 자른 뒤 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아야 했어요.

맙소사! 안나 양은 아름다운 채소밭 대신에, 당근 친위대, 양배추 귀부인, 라벤더 시종, 상추 왕자, 그토록 훌륭해 보였던 그 모든 것 대신에 무엇을 보았을까요? 아무런 색채도 없는 구역질나는 진창이 들어찬 듯 보이는 깊은 웅덩이를 보았습니다. 그 진창 속에는 대지의 품에서 나온 온갖 추악한 무리가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살진 지렁이들이 느릿느릿 꿈틀거리며 뒤엉켰고, 그런 한편 딱정벌레 같은 짐승들이 짤막한 다리를 뻗으며 힘겹게 앞으로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짐승들은 커다란 양파들을 등에 지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흉측한 사람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 얼굴들이 히죽 웃으며 탁하고 노란 눈으로 곁눈질을 하면서 귀에 바짝 붙어 난 작은 발톱으로 서로 다른 얼굴의 긴 매부리코를 잡아 진창 속으로 끌어내리려 들었어요. 그런 한편으로는 껍질을 빠져나온 달팽이들이 징그럽게 느릿느릿 꿈틀대며 뒤엉켜서 긴 촉각을 웅덩이 밖으로 뻗고 있었고요. 이 소름 끼치는 광경을 본 안나 양은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지요.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둘러 그곳에서 도망쳤어요.

“잘 보았느냐?”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안나 양에게 말했습니다. “추악한 다우쿠스 카로타가 너를 얼마나 파렴치하게 속였는지 이제 알았느냐? 그자는 일순간만 지속되는 화려한 광경만 너에게 보여 주었다. 오! 그자는 휘황찬란한 화려함으로 너를 유혹하기 위해 신하들에게 축제 의상을 입히고 친위대에게 제복을 입혔던 거다! 하지만 이제 너는 네가 다스릴 왕국의 속옷 차림을 보았다. 네가 그 끔찍스러운 다우쿠스 카로타의 아내가 되면, 너는 지하 왕국에 머물러야 하고 다시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 아! 이런 꼴을 보게 되다니! 나는 최고로 불행한 아비로다!”

그때 갑자기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혼비백산하고 놀랐습니다. 그 순간 뭔가 또 다른 불행이 닥쳤구나 짐작한 안나 양은 대체 뭣 때문에 아버지가 그토록 비통해하는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하지만 답술 씨는 흐느끼느라 “오, 네–모–습–이–어–떻–게–이–럴–수–가!”라고 더듬거릴 뿐이었어요. 방으로 달려가 거울을 들여다본 안나 양은 기겁을 하고 흠칫 물러섰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놀란 데에는 이유가 있었고, 사정은 이랬어요.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다우쿠스 카로타 왕의 신부에게 그녀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눈을 뜨게 하려고 했을 때, 그녀는 차츰차츰 본래의 외모와 모양새를 잃고 어느새 그놈의 왕비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뀌어 갔고, 그때 답술 씨는 이미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을 알아봤던 겁니다. 안나 양의 머리는 훨씬 커졌고 피부는 사프란처럼 노랗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눈 뜨고 보기 역겨운 몰골이었습니다. 안나 양은 특별히 허영심에 부푼 처녀는 아닐지라도, 추해지는 것이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크고 끔찍한 불행이라는 것을 인식하기에는 어디까지나 젊은 처녀였어요. 장차 여왕으로서 머리에 왕관을 쓰고 비단옷에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된 팔찌와 반지를 끼고 남편인 왕의 옆자리에 앉아 여덟 필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일요일에 교회에 가면, 교장 선생님의 사모님을 포함한 모든 아낙네들이 감탄하고, 심지어는 답술하임이 교구로 포함된 마을의 뻐기는 대영주의 부인네들까지도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면 얼마나 멋질까를 안나 양은 수없이 상상했었지요. 오, 얼마나 자주 이런저런 기상천외한 꿈에 잠겼던지! 안나 양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안나, 내 딸 안나야, 당장 이리로 올라오너라!”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확성기를 통해 아래로 소리쳤습니다.

안나 양은 광부 차림을 한 아버지를 보았어요. 아버지가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벼랑 끝에 섰을 때 도움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내가 방금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다우쿠스 카로타는 오늘, 아마 내일 오전까지도 궁전을 떠나지 않는다는구나. 올겨울 양배추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왕자들과 대신들 그리고 왕국의 거물급을 소집시켰단다. 회의가 중요한 만큼 아마 오래 걸릴 것이고, 어쩌면 올해에는 우리가 양배추를 얻지 못할지도 모르겠구나. 다우쿠스 카로타가 나랏일에 정신이 팔려서 너와 내가 하는 일에 신경 쓰지 못하는 이 시간을 나는 한 가지 무기를 장만하는 데 쓸 생각이다. 그 무기를 써서 비열한 그놈과 싸워 이겨 너를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내가 여기에서 일하는 동안 너는 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말고 천막을 지켜보다가, 누군가 밖을 내다보거나 밖으로 나오는 낌새가 있으면 지체 없이 나에게 말해 다오.”

안나 양은 지시받은 대로 행동했습니다. 그렇지만 천막은 닫혀져 있었어요. 다만 불과 몇 발자국 뒤에서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금속판을 망치질하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천막에서 나는 듯한 어수선한 비명 소리와 따귀를 때리는 듯한 찰싹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왔어요. 안나 양이 그 얘기를 전해 주자,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흡족해하며, 그놈들이 저 안에서 저희끼리 광분해서 헐뜯으며 싸울수록 밖에서 그들을 몰락시키려고 무슨 일이 꾸며지고 있는지 눈치챌 수 없을 거라고 말했어요.

안나 양은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놋쇠를 두드려서 아주 예쁜 냄비랑 전골 프라이팬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는 적잖이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식기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그녀는, 도금이 기막히게 잘되었다는 것을, 아버지가 대장장이들이 지켜야 할 규정을 제대로 관찰하고 준수했음을 확인하고는 그 멋진 식기들을 부엌에서 사용하게 가져가도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만 말했어요.

“지금은, 지금은, 안나야, 그냥 아래로 내려가거라. 사랑하는 아이야. 그리고 내일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용히 기다리거라!”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미소를 지었지요. 그 웃음은 불행한 안나 양에게 희망과 신뢰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때가 되자,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냄비와 전골 프라이팬을 들고 내려와 부엌으로 가서는, 오늘은 자기 혼자서 점심 준비를 하려고 하니까 안나 양과 하녀에게 밖에 나가 있으라고 명했어요. 그리고 안나 양에게 조금 있으면 나타날 코르두안슈피츠에게 될 수 있는 한 애교 있고 얌전하게 행동하라고 특별히 당부했어요.

코르두안슈피츠인지 다우쿠스 카로타 1세 왕인지 하는 자가 정말로 금세 나타났고, 전에는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굴었다면, 오늘은 유난히 들뜨고 기쁜 기색이었습니다. 안나 양은 다우쿠스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품에 뛰어올라 껴안고 키스할 만큼 자신이 작아진 걸 깨닫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불행한 안나 양은 이 흉측한 난쟁이 괴물이 너무나 혐오스러웠지만 그런 행동을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윽고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방으로 들어와 말했습니다.

“오, 훌륭하신 포르피리오 폰 오커로다스테스여, 나와 내 딸과 함께 부엌으로 가셔서 당신의 미래의 아내가 얼마나 멋지고 알뜰하게 식탁을 차려 놓았는지 한번 보시지 않겠습니까?”

안나 양은 아버지의 얼굴에서 그렇게 음흉스럽고 짓궂은 눈빛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그런 표정으로 난쟁이 다우쿠스의 팔을 잡고 억지로 방에서 부엌으로 끌고 갔습니다. 안나 양은 아버지의 신호에 따랐고요.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불길, 익어 가는 양배추들, 아궁이에 올려놓은 멋진 놋쇠 냄비와 전골 프라이팬들을 보았을 때, 안나 양의 온몸이 달아올랐습니다.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코르두안슈피츠를 아궁이로 가까이 끌고 가자, 냄비와 전골 프라이팬 안은 쉭쉭, 부글부글 더욱 요란하게 끓기 시작했고, 그 쉭쉭거림과 부글거림은 겁먹은 울음소리와 신음소리로 변했습니다. 한 냄비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오, 다우쿠스 카로타여! 우리의 왕이시여! 당신의 충실한 신하들을 구하소서. 불쌍한 당근들을 구해 주소서! 잘게 썰어져서 볼품없는 물속에 던져진 후 버터와 소금이 쳐진 저희들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표현할 길 없는 슬픔에 젖어 고귀한 파슬리 소년들이 저희와 슬픔을 나누고 있지요!”

그리고 전골 프라이팬에서도 한탄의 소리가 들려왔어요.

“오, 다우쿠스 카로타여! 우리의 왕이시여! 당신의 충실한 신하들을 구하소서. 불쌍한 당근들을 구해 주소서! 저희들은 지옥에서 구워지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물을 너무 적게 주어 엄청난 갈증으로 저희들 자신의 심장의 피를 마시도록 강요당하고 있답니다.”

또 다른 냄비에서도 울먹이는 소리가 났어요.

“오, 다우쿠스 카로타여! 우리의 왕이시여! 당신의 충실한 신하들을 구하소서. 불쌍한 당근들을 구해 주소서! 웬 잔인한 요리사가 저희들의 속을 후벼 파서는 저희의 가장 깊은 곳을 도려낸 후 달걀, 크림, 버터와 같은 온갖 이상한 것들을 쑤셔 넣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의 모든 생각과 그 밖의 분별력들이 뒤범벅이 되어 저희들 스스로도 저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모든 냄비와 전골 프라이팬에서 울부짖음과 비명이 뒤범벅되어 나왔습니다.

“오, 다우쿠스 카로타여, 막강하신 왕이시여, 구해 주소서. 당신의 충실한 신하들을 구하소서. 불쌍한 당근들을 구해 주소서!”

그때 다우쿠스가 날카롭게 고함을 쳤습니다.

“저주받을 멍청한 바보 짓거리로다!”

그는 평소처럼 날쌔게 아궁이로 뛰어올라 여러 냄비들 중 한 냄비 안을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그 안으로 풍덩 하고 들어갔습니다.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부리나케 달려가 “잡았다!”라고 환호성을 지르며 냄비 뚜껑을 닫으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용수철 같은 탄력으로 코르두안슈피츠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이 갈리는 소리가 나도록 답술 폰 차벨타우 씨의 따귀를 두어 번 때리고는 호통을 쳤습니다.

“단순하고 건방진 카발라 학자야, 너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나오너라, 너희들 어린 백성들아, 모두 함께 나오너라!”

그러자 모든 냄비와 전골 프라이팬에서 도깨비 떼처럼 쉭쉭대는 소리가 났어요. 그리고 손가락만 한 수백의 추물醜物이 답술 폰 차벨타우 씨의 전신에 달라붙어 그를 뒤로 밀쳐 커다란 사발 속으로 던져 넣고는 요리 준비를 하였습니다. 온갖 냄비들에서 끓여진 걸쭉한 국물을 그의 몸뚱이 위에 끼얹고 잘게 썬 달걀, 육두구꽃, 빵가루를 뿌렸어요. 그 후 다우쿠스 카로타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고, 그의 신하들도 그의 뒤를 따랐습니다.

기겁을 한 안나 양은 불쌍한 아버지가 요리 준비가 되어 누워 있는 사발 옆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살아 있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자, 죽었다고 여기고 한탄하기 시작했어요.

“오, 불쌍하신 아버지. 오, 돌아가시다니요. 이제 악마 같은 다우쿠스 손에서 저를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그 순간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눈을 뜨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사발에서 뛰어내려 안나 양이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목청으로 말했습니다.

“두고 보자, 저주받을 다우쿠스 카로타. 아직 내 힘이 다하지 않았다! 네놈은 단순하고 건방진 카발라 학자가 뭘 할 수 있는지 곧 보게 될 것이다!”

곧이어 안나 양은 잘게 썬 달걀과 육두구꽃, 빵가루를 부엌 빗자루로 재빨리 쓸어 냈지요.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놋쇠 냄비를 하나 들고 투구처럼 머리에 쓰고는 왼손에는 전골 프라이팬을, 오른손에는 커다란 양철 스푼을 들고, 그렇게 뛰쳐나갔습니다. 안나 양은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전력 질주하여 코르두안슈피츠의 천막으로 달려가는 것까지는 알아보았지만, 거기서 나오는 것은 보지 못했어요. 그녀는 기절을 해 버린 겁니다.

안나 양이 정신을 차렸을 때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사라지고 없었어요. 그날 저녁이 가고, 밤이 가고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안나 양은 극도로 불안해졌습니다. 새로운 계획이 불길하게 끝났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