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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신부] 1장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상황에 대한 보고와 이후의 장들이 담고 있는 기막히고도 경이로운 모든 일들에 대한 편안한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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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상황에 대한 보고와 이후의 장들이 담고 있는 기막히고도 경이로운 모든 일들에 대한 편안한 전주곡

  • WHITE


1장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상황에 대한 보고와

이후의 장들이 담고 있는

기막히고도 경이로운 모든 일들에 대한 편안한 전주곡




풍년이 들었습니다. 밭에는 호밀, 밀, 보리와 귀리가 황금물결을 이루었습니다. 농가의 청년들은 푸른 콩밭으로 가고, 사랑스런 가축들은 클로버 잎을 뜯으러 풀밭으로 갔습니다. 나무에는 버찌가 주렁주렁 열려서 참새 떼들이 모조리 쪼아 먹으려고 덤벼들어도, 절반은 남겨 두었다가 나중에 먹어야 할 지경이었어요. 만물은 자연이 열어 베푸는 성대한 만찬에 매일같이 포식을 했습니다. 특히나 답술 폰 차벨타우 씨네 채소 농사가 굉장히 잘돼 안나 양이 너무 기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라 해도 그건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지요.

당장 답술 폰 차벨타우 씨와 안나 양,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 밝힐 필요가 있는 것 같군요.

친애하는 독자여, 당신이 어떤 여행길에 정다운 마인 강이 흘러가는 아름다운 지역에 이를 수도 있을 겁니다. 훈훈한 바람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 찬란한 초원 위로 향기로운 입김을 불어 보냅니다. 당신은 비좁은 마차 안에 갇혀 있기가 싫어서 마차에서 내려 아담한 숲 속을 거닙니다. 마차를 타고 계곡을 내려올 때 당신이 그 너머로 한 작은 마을을 알아보았던 숲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숲에서 갑자기 키가 크고 비쩍 마른 한 남자가 당신에게 다가오고, 그의 별난 행색이 당신을 사로잡습니다. 그 남자는 칠흑 같은 가발 위에 작은 회색 펠트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온통 회색 차림의 양복과 조끼, 바지를 입고, 양말과 신발까지 회색으로 신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주 긴 지팡이마저 회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그 남자가 당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그런데 움푹 들어간 커다란 눈으로 당신을 마주 보면서도 당신의 존재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그가 당신과 거의 부딪칠 뻔한 순간, 당신은 그에게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말을 건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깊은 꿈에서 깨어난 듯 움칫하더니 모자를 슬쩍 들어 올려 인사를 하며 울먹이는 듯한 공허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좋은 아침이라고요? 이런! 우리가 좋은 아침을 맞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불쌍한 산타 마을 사람들! 방금 지진이 두 번 있었죠. 그리고 이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으니!”

친애하는 독자여, 당신은 이 기이한 남자에게 뭐라 대답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대답을 생각하는 동안, 남자는 “실례합니다, 신사 양반!”이라고 말하고는 당신의 이마를 부드럽게 어루만진 후 당신의 손바닥을 들여다봅니다.

“하늘의 축복이 있기를. 신사 양반, 당신은 별자리가 좋소이다.”

그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울먹이는 공허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다시 말을 타고 성큼성큼 가던 길을 갑니다. 이 별난 남자가 다른 아닌 답술 폰 차벨타우 씨였습니다. 그리고 답술 씨가 상속받은 보잘것없는 유일한 재산이 바로 당신 눈앞에 아주 아담하게 들어앉은 작은 마을 답술하임이지요. 당신은 지금 막 그 마을에 발을 들여놓은 것입니다. 아침을 드시고 싶겠지만, 주막 안은 썰렁해 보이네요. 큰 장이 섰을 때 비축한 음식들을 몽땅 먹어 버렸지요. 당신이 우유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답술 씨의 저택을 알려 줄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친절한 안나 양이 막 준비한 음식으로 당신을 잘 대접할 것이고요. 당신은 주저하지 않고 그곳으로 갑니다. 이 저택에 관해서는 그 옛날 베스트팔렌에 있던 톤더통크통크 남작의 성과 똑같은 창문과 문이 있다는 것 외에 달리 말할 게 없습니다. 그래도 대문 위에 뉴질랜드풍 장식으로 나무에 새겨진 차벨타우 가문의 문장은 휘황찬란하지요. 하지만 이 집이 기이한 집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집 북쪽 면이 무너진 고성古城의 성벽과 맞닿아 있는 데 기인합니다. 말하자면 집 후문이 곧 그 옛날 성문이며, 그곳을 통해 나서면 성의 안뜰로 이어지는데, 그 한가운데에는 높고 둥근 망루가 아직도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겁니다. 이제 가문의 문장이 달린 대문에서 볼그레한 뺨의 한 젊은 처녀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맑고 푸른 눈의 그 금발 처녀는 매우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지만 몸매로 말할 것 같으면 약간 통통하니 세련되지 못한 모습입니다. 친절이 몸에 밴 처녀는 당신을 집으로 초대하여, 곧 당신의 시장기를 눈치채고 당신에게 맛 좋은 우유, 두툼한 버터 빵 한 조각, 바욘1에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익히지 않은 햄, 그리고 사탕무로 만든 브랜디 한 잔을 대접합니다. 그사이 처녀는—바로 이 처녀가 다름 아닌 안나 폰 차벨타우 양입니다—아주 쾌활하고 거리낌 없이 농사일에 관해 이야기하며 풍부한 지식을 드러내 보입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무시무시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리는 양 울려 퍼집니다.

“안나! 안나! 안나!”

당신이 깜짝 놀라자, 안나 양은 아주 다정하게 말합니다.

“아버지께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아침 식사를 달라고 서재에서 부르시는 거예요.”

“서재에서 부른다고요?”

당신은 아마 의아하게 물을 겁니다.

“네.” 사람들이 애칭으로 앤헨이라고도 부르는 안나 양이 대답합니다. “아버지의 서재는 저 위 탑에 있거든요. 아버지는 확성기에다 대고 저를 부르시는 거예요.”

친애하는 독자여, 당신은 안나 양이 탑의 좁은 문을 열고 당신이 방금 먹었던 것과 똑같은 아침밥을 들고, 말하자면 두툼한 햄 한 조각과 빵 그리고 사탕무 브랜디를 가지고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러나 안나 양은 금세 당신 곁으로 돌아와 당신을 멋진 채소밭으로 안내하며 알록달록한 플뤼마게, 라푼티카2, 영국 투르넵스3, 작은 녹색 머리4, 몬트뤼, 무갈 제국의 대황제, 노란 왕자 머리 등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당신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특히나 당신이 그 고상한 이름들이 바로 양배추와 양상추 이름이라는 걸 몰랐다면 놀랄 밖에요.

친애하는 독자여, 이같이 잠깐 답술하임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당신이 이 집의 상황을 충분히 짐작했으리라 여기며, 이제 당신에게 이 집에서 일어나는 온갖 기이하고 믿기 어려운 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유년 시절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상당한 재력가였던 부모의 성을 멀리 떠나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별난 구석이 있는 늙은 가정 교사는 그에게 외국어를, 특히 동양의 언어를 가르친 후, 신비주의, 솔직히 말하면 비밀스러운 것을 뒤적거리는 짓에 애착을 품게 만들었지요. 가정 교사는 죽으면서 비밀스런 학문에 심취해 있던 젊은 답술에게 그것에 관한 장서를 몽땅 유산으로 남겨 주었어요. 부모들도 세상을 떠나자 젊은 답술은 멀리 여행을 떠났고, 특히 가정 교사가 그의 영혼에 주입한 대로 이집트와 인도로 갔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가 마침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한 사촌이 그사이에 그의 재산을 어찌나 탐욕스럽게 관리했던지, 그의 몫으로 남긴 것은 작은 마을 답술하임이 전부였어요.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세속적 황금에 연연하기에는 보다 높은 세계의 찬란한 황금을 추구하던 터라, 오히려 사촌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했습니다. 점성술을 위한 천체 관측용으로 건축된 듯 보이는 멋지고 높은 망루가 있는 정다운 마을 답술하임을 지켜 주었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곧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망루 꼭대기에 자신의 서재를 만들게 하였습니다. 꼼꼼한 사촌은 이제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결혼을 해야 하는 근거를 댔습니다. 답술 씨는 그 필요성을 인식하여 사촌이 골라 준 여자와 곧바로 결혼을 했고요. 그러나 아내는 이 집에 들어왔을 때처럼 떠나는 것도 빨랐어요. 딸을 낳자마자 죽은 겁니다. 사촌이 결혼식, 세례식, 장례식을 치러 주었기 때문에 탑 위에 있던 답술 씨는 그 모든 일에 대해 괘념하지 않았어요. 특히 그 시간 내내 아주 진귀한 혜성 하나가 하늘에 떠 있었는데, 침울한 성품에다 항상 불행을 예감하는 답술 씨는 그 별의 위치가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답술 씨의 어린 딸은 한 늙은 종고모의 훈육하에 농사일에 대한 강한 애착을 키워 나가 종고모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했어요. 흔히 말하듯이 안나 양은 밑바닥 일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위 치는 소녀로, 다음에는 하녀로, 우두머리 하녀로, 가정부로, 결국에는 안주인으로 올라갔고, 그렇게 이론은 유익한 실천을 통해 확인되고 통달되었지요. 안나 양은 거위, 오리, 닭, 비둘기, 소, 양을 몹시 사랑했고, 예쁜 돼지 새끼를 다정하게 사육하는 것조차 그녀에게는 중요한 일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옛날 어떤 나라에 살았다던 어떤 아가씨처럼 작고 하얀 새끼 돼지에게 리본과 방울을 매달아 애완용 돼지로 키운 건 아니랍니다. 가축을 돌보고 과일을 재배하는 일보다도 안나 양에게는 채소밭이 우선이었어요. 농사일에 대한 종고모의 박식함 덕분에 안나 양은—친애하는 독자께서 그녀와의 대화에서 이미 알아채신 것처럼—실제로 채소 재배에 관해 탁월한 이론적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식물들을 옮겨 심을 때에도 그 모든 작업을 관리할 뿐 아니라 발 벗고 나서 돕기도 하였습니다. 삽질 또한 잘해서, 심술궂게 시기심을 품은 사람이라도 그녀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어요. 늙은 종고모가 죽은 후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점성술에 관한 관찰과 그 밖의 신비주의적인 일에 몰두해 있는 동안 안나 양은 훌륭하게 살림을 관리했습니다. 그러니까 답술 씨가 하늘의 일을 뒤쫓고 있는 동안 안나 양은 재치 있고 부지런히 지상의 일을 돌본 셈이지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안나 양이 올해 채소밭의 풍작을 기뻐하며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라 해도 놀랄 일이 아니었어요. 그중에서 당근 농사가 다른 어떤 작물보다도 잘되어서 엄청난 수확을 약속하고 있었습니다.

“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런 당근들이야!”

안나 양은 감탄을 연발했고,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잔뜩 받은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깡충깡충 뛰고 춤을 추었습니다. 땅속에 묻힌 당근 자식들도 안나 양의 기쁨을 함께하는 것 같았어요.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분명코 밭에서 올라왔으니까요. 안나 양은 그 소리에는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편지를 높이 쳐들고 자기를 부르는 하인에게 달려갔습니다.

“안나 아가씨, 아가씨께 온 편지예요. 고트리프가 시내에서 이 편지를 가져왔어요.”

안나 양은 봉투의 주소를 보고 그 편지가 다름 아닌 젊은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에게서 온 것임을 대번에 알아챘어요. 아만두스는 이웃에 사는 대지주의 외아들로 대학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는 부친의 집을 떠나기 전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답술하임으로 달려와, 평생 안나 양 이외에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노라고 단언을 하곤 했어요. 안나 양 역시 갈색 곱슬머리의 아만두스 외에 다른 누구에게도 눈곱만치도 호의를 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안나와 아만두스, 이 두 사람은 가급적 빨리 결혼해서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가 되는 게 좋겠다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평소에 아만두스는 유쾌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청년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가서 알 수 없게도 그 자신이 대단한 시적인 천재라고 우쭐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열정적인 상태에 치우치는 길로 잘못 빠져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초라한 산문쟁이들이 오성과 이성이라고 부르며, 이 두 가지는 아무리 대단한 환상력을 갖다 대도 그대로 존속한다고 그릇되게 주장하는 이 모든 것들을 묵살하기에 이르렀지요. 어쨌든 그 편지는 젊은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 씨가 보낸 편지로, 안나 양은 기뻐하며 편지를 뜯어 읽었습니다.


천상의 그대!

그대가 보고 느끼고 예감할 수 있다면 좋겠소. 그대의 아만두스가 향기로운 저녁의 오렌지 꽃내음에 에워싸인 채 풀밭에 누워 경건한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 찬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백리향과 라벤더, 장미와 패랭이꽃 그리고 노란 꽃심의 수선화와 수줍은 제비꽃으로 화관을 엮는다오. 이 꽃들은 사랑이 담긴, 당신에 대한 생각이라오. 오, 안나! 하지만 무미건조한 산문이 열광에 찬 입술에 어울릴 수 있으리오? 들어 보아요. 나는 단지 소네트의 시조에 담아서만 사랑할 수 있고, 내 사랑에 대해 입에 올릴 수 있다오.


사랑이 수천 갈래의 목마른 햇살 속에서 타오르네.

아, 마음속 욕망이 욕망을 향해 그토록 기꺼이 구애하는데,

어두운 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이며

사랑의 눈물이 솟는 샘물에 비치네.


황홀함이, 아! 커다란 기쁨을 으스러뜨리네.

쓰디쓴 씨앗에서 싹터 나온 달콤한 열매,

그리움이 보랏빛 먼 곳에서 손짓하고

사랑의 고통 속에서 나의 존재는 녹아 없어졌네.


불의 파도 속에 부서지는 파도가 미친 듯이 날뛰는데,

용감하게 헤엄치는 자는 대담하게

돌연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드네.

가까이 착륙한 곳에 히아신스가 꽃피어 있네.

충실한 마음이 싹트며 피를 흘리려 하네.

심장의 피는 뿌리 중의 가장 아름다운 뿌리 그 자체라네!


오, 안나! 이 소네트 중의 소네트를 읽고 천상의 황홀함이 그대를 가득 채우기를 바라오. 내가 이 소네트를 쓰고 나서, 나중에 삶의 절정을 예감케 하는 똑같은 감정에 사로잡혀 열광적으로 이 소네트를 낭독했을 때, 내 온 존재는 바로 그 같은 황홀경 속으로 녹아들었었다오. 사랑스런 그대여, 그대의 충실하며 최고의 열광에 빠져 있는 아만두스 폰 네벨슈테른을 생각해 주오.


추신: 경건한 그대여, 답신을 보낼 때 그대가 직접 재배한 버지니아 담배 몇 파운드를 동봉하는 것을 잊지 말아요. 그 담배는 이곳 대학생들이 술집에서 피우는 푸에르토리코 담배5보다 불이 잘 붙고 맛있다오.


안나 양은 편지에 입술을 대고 말했습니다.

“아,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워! 운을 잘 맞춘 정말 멋진 시구야. 아, 내가 모든 걸 이해할 만큼 똑똑하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것은 대학생들이나 가능한 일이야. 뿌리들이라는 구절이 대체 무슨 뜻일까? 아, 아만두스 님이 뜻했던 건 뿌리가 긴 영국산 홍당무거나 라푼티카일 거야, 내 사랑!”

안나 양은 그날 중으로 담배를 포장하고, 깃펜을 세심하게 깎는 교장 선생님께 아주 예쁜 거위 깃펜 열두 자루를 보내는 데에도 마음을 썼습니다. 그리고 오늘 중으로 책상에 앉아 소중한 편지에 답장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안나 양이 채소밭에서 빠져나올 때, 다시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안나 양을 비웃는 소리가 났습니다. 안나 양이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분명 그 가느다란 목소리를 알아들었을 겁니다. 이런 소리였어요.

“나 좀 뽑아 줘, 나 좀 뽑아 줘. 난 다 익었어, 익었다고. 익었단 말이야!”

그러나 이미 말했듯이 안나 양은 그 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답니다.




1 프랑스 아키텐 주 피레네자틀랑티크 현에 있는 도시

2 고대 작센 지방에서 났던 뿌리채소로 한때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시 발견되었다.

3 순무를 뜻한다.

4 오그라기 상추를 뜻한다.

5 푸에르토리코는 서인도 제도의 대大 엔틸리스 제도에 있는 미국의 자치령으로, 담배가 주요 농산물 중 하나로 유명하다.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