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book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1

이전 다음
최상단 최하단

별 헤는 밤.1

  • WHITE

그녀는 모래사장에 앉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차가운 해풍만 맞으며 바다를 쳐다보았다.?

인간은 자신이 싫고, 사람이 싫고, 삶이 싫을 때 바다로 오나 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그녀는 쓰레기 같은 이전의 자신을 버렸다.?

하늘엔 별이 밝게 빛나고 있다.?

샛별, 별, 스타, 그녀는 전율을 느꼈다.



하늘을 감동시킬 수 없다면 지옥을 움직이리라

─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주차할 곳이 없다.


여자는 ‘올림푸스 휘트니스 센터’ 건물 뒤쪽에 있는 명성건물 4층이라고 했다. 화려하고 장엄한 유럽의 궁전 같은 건축물에 홀려 그녀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 안은 추웠다.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히터를 켜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자 11월의 차고 날카로운 바람이 들어왔다. 차는 남편이 두고 갔다. 관리비 때문에 지난 달 중고시장으로 몰고 갔을 때 영업과장은 오히려 폐차비를 요구했다.


‘올림푸스 휘트니스 센터’ 입구에는 온갖 색의 보석이 박힌 거대한 원주형 기둥이 좌우로 서 있고, 두 기둥 정면에는 버킹검 궁전의 병정과 같은 빨간색의 제복을 입는 남자들이 눈도 깜박이지 않고 마네킹처럼 서 있다. 동양인이 아니다. 비디오나 잡지에서 본 할리우드 스타보다 더 잘생겼다.


‘러시아 남자일까? 아니면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 거액의 돈을 주고 데려 온 남자일까?’


그녀는 다시 한 번 돈의 위력에 대해 생각한다. 차 안에서 그녀는 건물의 층수를 세어본다. 정확히 17층이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하늘은 높고 푸르다. 원주형 기둥에 박힌 색색의 유리들이 햇빛에 반사돼 눈이 멀 정도로 빛난다.


‘두렵지 않아. 할 수 있어. 할 수 없으면 할 수 있도록 만들면 돼. 난 할 수 있어. 과거의 내가 아니야. 악마든 신이든 상관없어. 돈이면 영혼 아닌 그 어떤 것도 팔 수 있어. 딸마저 팔 수 있어. 팔겠다고! 다시는 돈 때문에 무시당하고 괴로워하며 살지 않을 거야!’


선글라스 케이스가 요술이라도 부린 듯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녀는 구찌 가방 속에 있는 것을 몽땅 조수석에 쏟는다. 주홍색의 선글라스 케이스가 지갑과 화장품 등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금세 싱싱하고 맑은 피가 그녀의 심장으로 수혈된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자신감이 되살아난다.


‘그 정도에 고개가 꺾이면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그래? 심장에 철판을 깔고 뻔뻔해져. 아니, 아무것도 의식하지 말고 맘먹은 그대로 앞만 보고 가는 거야. 나 같은 상황이면 하느님도 벌써 자살을 하든, 복수의 칼을 꽂든 했을 거야.’


자신과 하늘이를 두고 집을 나간 남편과 아들에 대해 처음으로 내면 깊숙이 억압된 분노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하느님도 찾고 부처님도 찾고 신령님도 찾았다. 분노를 버릴 방법도 버릴 곳도 없었다.


결국 그녀 자신을 죽였다. 죽음보다 무서운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지옥, 지옥 같은 몇 달의 시간들……. 지옥보다 무서운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미움,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는 걸 마지막으로 깨닫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