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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진짜 안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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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좌(座)의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별 나오스에 기거하는 ‘롹스피릿’ 님의 집무실에 친구가 찾아왔다.

습관적인 생명체 포맷과 오류투성이 인격으로 악명 높은 ‘오에스’라는 양아치였다. 지구를 관장하는 멍청이들 중에서 가장 센 놈이었다. 롹스피릿 님은 그가 적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고 늘 생각하고 계셨다.


“헤이, 롹스피릿. 요즘 좀 근질근질한데? 들을만한 롹 없냐?”


“요새 음악 잘 안 듣네. 우울증이 도졌거든.”


“롹스피릿 체면하곤.”


“소개해봤자 취향이 안 맞는다고 화낼 거면서.”


“내 취향이 어떤데.”


“종잡을 수가 없잖나. 진심으로 롹음악을 좋아하긴 해?”


“오호 이런, 나 같은 마니아도 우주에 드물걸.”


“드물지. 이해가 안 될 만큼.”


“이것 봐. 넌 화끈했어. 화려했어. 끝내줬어. 매력이 넘쳤어. 근데 요즘은 벗어놓은 양말 같잖아. 그러면 곤란하지. 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사는 게 시시하고, 인간들도 지겨워지는 거야. 이게 뭔 말인지 알지? 싹 밀어버리고 싶어졌다는 얘기야. 이젠 프랙쳐 셔우드도 슬슬 질리고. 내가 하다못해 에미넴한테 롹정신 냄새를 맡고 있다니까.”


“힙합스피릿 그 친구, 참 능력 있어. 멋진 놈들을 많이 키워내네.”


“그래도 난 래퍼보단 롹커가 좋단 말이지. 진짜 뭐 좀 없냐? 프랙쳐 셔우드 때처럼 숨기다 걸리면 때린다.”


“준비 중이네.”


“아 지겨워. 그 준비 중이라는 말. 진짜로 확 포맷해버릴까 보다.”


“급한 성격은 여전하군. 이미 여러 번 해봤잖나. 자네도 이번이 제일 낫다는 것 알면서 또 그래. 이 시즌에 괜찮은 롹커가 한둘이었어?”


“요번 판에 애정이 많은 건 알아. 그래서 나도 여러 번 참았어. 프랙쳐 셔우드? 그 친구 선을 넘을 줄 아는 놈이었지. 내가 걔 땜에도 전에 한 번 봐줬잖아. 그럼 뭔가 더 나와야지. 요즘은 뭐 센 게 없어. 아주 야들야들해. 다시 때가 된 거다 싶은 거라. 난 그냥 엎어버리고 다시 깔았으면 싶은데. 응? 말랑말랑한 새 감성을 느껴보는 거야. 어때?”


“쉽게 결정하지 말게.”


“쉬워. 뭐든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게 옳다고.”


“간단하지만은 않다니까. 힙합스피릿은 어떻게 설득할 건가?”


“설득을 왜 해? 내가 하고 싶음 하는 거지. 이봐, 나 오에스야.”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보게. 내가 괜찮은 놈 찾아서 연락 주겠네.”


오에스는 매서운 눈매로 롹스피릿 님을 한참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래 못 기다리는 거 알지?”


오에스가 돌아가자 롹스피릿 님은 긴 한숨을 내쉬고 항우울제 한 알을 잡수셨다. 그리고 오랜만에 지상의 롹커들을 향한 안테나를 펼치셨다.

작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