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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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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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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



지금까지 열 권이 넘는 소설을 출간하면서 작가의 말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적은 처음입니다. 이 소설만큼은 그냥 이야기만 남겨두고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말을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녀’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는 점에서 작년 여름에 냈던 장편소설 『아이린』의 맥을 잇는다고 하겠습니다. 『아이린』이 주한 미군이 저지른 ‘윤금이 사건’에서 시작했다면 『41』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모티프를 찾았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시면 알겠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M시 사건’의 내용은 실제 밀양 사건과 팔십 퍼센트 이상 일치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2012년 현재입니다. ‘만약 그런 사건의 가해자들이 누군가로부터 복수를 당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 소설이니까요.


저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당시에는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넘어갔습니다. 요즘에야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공분을 사고 가해자가 중형을 받는 추세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마흔한 명의 고등학생이 열네 살 여자아이를 일 년 동안 수십 차례 집단 성폭행한 사건입니다. 사건의 내용 자체가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지만, 더 놀랍게도 마흔 명이 넘는 강간범들 전원이 형사처분 없이 풀려났습니다. 그들은 전과 기록 하나 없이 여느 청년들처럼 연애도 하고 대학 생활도 즐기며 사회에 진출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 피해자는요? 여자아이는 시끄러운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여러 학교에서 거부당하다가 겨우 전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해자 부모들이 아들의 처벌 완화를 위해 탄원서를 써달라며 학교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가 현재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어쩌면 저는 그녀를 찾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 당시 열네 살, 이제 스물두 살이 되었을 그녀가 이 소설을 본다면 저를 찾아와주길 바랍니다. 경제적인 지원, 의료 서비스,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 등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 어디에 있니?

반대로, 당시 가해자들 중에서 이 소설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사죄하는 글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에게 직접 전해줄 수 없으니 인터넷 게시판에서라도요. 사과가 늦으면 변명이 되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소설가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사실을 기록하는 역사가이다.”

제가 소설가로서 갖고 있는 직업의식입니다. 부디 이 소설에서 다룬 종류의 사건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곧 다시 인사드릴게요.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요!


2012년 어느 따뜻한 봄날에

이재익

작가 한마디

나는 기본적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우연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 복수 주변의 의외로 가까운 곳에 구원과 용서가 있다는 것. 그것이 내 소설의 오랜 테마로 남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