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book

[트루 블러드] 트루블러드 1화

이전 다음
최상단 최하단

트루블러드 1화

  • WHITE


“…….”


텅 빈 교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이미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에 갔는데도 난 그곳에 서 있었다. 이제 겨울이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12월 어느 날 난방기를 끈 교실은 추웠지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 교실조차 떠나야 하는 만큼 그냥 그곳에 남아 있는 게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마지막 방학식을 맞이하기까지는 얼마 안 남은 시간. 하지만 아무리 그립다고 한들 집으로 가야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휴, 집에 가자.”


책상에 올려져 있던 책가방을 들고서는 교실을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복도에는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 대신에 정적만이 감돌았고, 교실보다도 더더욱 추워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중학교 3년 동안 매년 겪어왔던 이 추위는 도저히 익숙해 질수 없을 것만 같았다.


계단을 내려가고 학교라는 건물 밖으로 나가서 교문을 지나간다. 그리고 바로 길거리, 학교 밖으로 나가면 바로 양 갈래 길과 앞쪽에는 큰 도로가 나오는데,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직 학교 주위를 떠나지 못한 학생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보였고, 그중에는 인사하며 헤어지는 친구들도 있었고, 같이 우르르 몰려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나같이 바로 집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좀 더 오래 걷고 싶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집 앞 공원, 집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공원이 얼마나 왔다고 벌써 보이기 시작한다. 공원에는 가족들이 같이 걷거나 이야기하거나 하는 일상에서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할아버지들의 장기 한판도 빼놓을 수 없는 공원의 풍경이었다.


쌀쌀한 12월, 그러나 눈앞의 풍경들은 도저히 쌀쌀하다고는 볼 수 없는 훈훈한 풍경들뿐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항상 드는 소외감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일이기도 했다.


*불의의 사고

불의의 사고라는 낱말의 뜻조차 이해 못할 때쯤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이유는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는데 집에 강도가 들어 돌아가셨다고 한다.


*남겨진 나 혼자

보호자는 없고 그저 외롭게 살아가는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하유안이라는 학생이 나에게 주어진 타이틀이었다. 그나마 보호해줄 보호자도 없이 혼자서 어디선가 죽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생전에 아버지께서 일궈놓으신 재단 쪽에서 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어서 그것 때문에 난 원래 우리 집에서 여태까지 잘 살아 올 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경제관념을 철저하게 익혔고 절약은 몸에 배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집은 다행히도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유일한 재산, 그 때문에 집을 어디선가 따로 구할 필요는 없었고 난 부모님이 살았던 그곳에서 나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벌써 공원을 지나 펼쳐진 엄청난 크기의 주택들 중 가장 첫 번째 저 멀리 보이는 집이 바로 우리 집이었다. 옛날 주택 건물 같은 벽돌집에 대문은 헐어서 담장도 없는 그런 주택이 바로 나의 집이었다.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집으로 걸어갔다. 집 말고 다른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몇 번 있기는 했지만 집 빼고는 갈 데도 없으니 그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열쇠를 꺼내들 뿐이었다.


“철커덕…….”


오래된 문이라 그런지 열쇠 구멍도 많이 녹슬어 문을 열 때 약간 힘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한 온기가 맞아주는 집이기도 했다.


조용한 집 안.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왼쪽에 보이는 소파 위에 가방을 던져놓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교복을 재빠르게 벗어던진다. 벌써 시간이 6시가 되었다. 교복을 갈아입고 트레이닝 바지와 티셔츠 정도를 갈아입고는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슬슬 배도 고플 시간이라 적당히 밥솥에서 식은 밥과 냉장고에 있는 계란 한 개로 저녁을 대충 먹는다.


저녁을 대충 먹은 후에는 TV 시청이 내 다음 일과였다. TV 시청을 하면 항상 보는 것이 뉴스였다. 어차피 평일이었고 재밌는 건 거의 9시 넘어서 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TV는 뉴스밖에 보지를 않았다. 마침 6시 뉴스가 하고 있던 찰나였다.


“오늘 저녁 8시 뉴스에서 자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마침 한 사건의 뉴스가 끝이 나고 있었는데 그것은 요즘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그 사건이 분명해 보였다. 요즘 들어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 사건. 그리고 연쇄살인 사건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모방살인 사건 등등 꽤나 큰 사건으로 전국 전 방송사에서 떠드는 통에 모를 수가 없는 그 사건이었다. 내가 이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부모님의 죽음과도 분명히 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8시가 기다려졌고 역시나 8시가 되었을 때쯤 자연스럽게 TV 앞 소파에 앉았다. 8시 뉴스는 바로 한 사건에 대해서 시작했다.


“일주일 전 20대 여성을 살해했던 연쇄살인 용의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많은 증거물들이 수집되었지만 용의자에 대한 신원조차 파악을 못하면서 경찰의 초동 수사에 대한 비난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는 여러 가지 CCTV 확인 등을 통한 검문을 강화하고 있지만 용의자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조차 없는 경찰이 검문을 강화한다고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요즘 들어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그나마 뉴스를 봐서 알게 된 사실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또 모든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연쇄살인 사건이라…….”


연쇄살인은 몰라도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을 죽인 그 강도 또한 살인 용의자이고 아직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사람이 저렇게 죽어나가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이 그 고통을 내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써 잊고 살았던 감정들을 굳이 지금 꺼낼 필요는 없다. 그저 관심만 가질 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다음 뉴스가 나오는데 TV를 끄고 나는 간단하게 저녁 산책이나 나갈까 했다. 밖은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 또한 빨리 저무는 것 같았다.


공원 산책 겸 운동은 하루를 마감하는 일로 가볍게 산책을 하면 잠이 잘 와서 몇 년 전부터 계속하고 있는 취미 생활 같은 것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두꺼운 외투를 입고는 가볍게 운동화를 신고서 바깥으로 나갔다. 밤이 되자 더더욱 쌀쌀해진 날씨는 겨울이라는 것과 연말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도 대단한 건 배드민턴을 치는 가족, 잡담을 하는 친구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운동을 하러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공원에 나온 사람들에게서는 활기가 넘쳤다. 물론 그중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는 상태였다.


보통 운동은 1시간 정도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30분 정도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시계가 없는지라 집에 돌아왔을 때 시계로 판단을 하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30분밖에 운동을 하지 못했다. 30분정도 하고 들어와 보니 9시 가까이 되어 있었다.


가볍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는 또다시 소파에 앉아 TV 삼매경에 빠졌다. 9시 뉴스를 보고 이어서 10시에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니 벌써 11시, 잘 시간에 가까워졌다. 보통 드라마를 딱 보고나면 졸려서 자러 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오늘따라 머리가 이상하리만치 또렷했다. 이상하게 전혀 졸리지 않았다. 30분밖에 운동을 안 한 것 때문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음, 30분 운동을 덜해서 그런가? 억지로 자는 것도 그러니까 30분만 더 하다 올까?”


결국 나는 11시쯤에 다시 한 번 공원을 산책하러 나갔다.


11시쯤의 공원은 텅텅 빈 공원과 같았다. 듬성듬성 야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빼면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적이었다. 하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아까보다 더욱 차가운 바람이었지만 샤워를 해서 그런지 밤바람이 딱 좋은 바람으로 시원하게 온몸을 씻어주는 이 느낌은 나름 즐길 만한 것 같았다.


그렇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공원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주변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보기 드문 일이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다름 아닌 안개가 피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런 적이 있었나?’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공원에 안개가 낀 날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공원에도 안개가 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더 중요한 건 안개의 정도였다. 안개가 낀다는 사실을 알긴 알았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시야가 안개에 가려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심하게 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문인지 이 상태에서 더 이상 산책을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원으로 나온 지 5분도 안 되서의 일이었다.


다시 방향을 틀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떼는 순간 이상하리만치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가 내 발걸음을 잡았다. 찢어질 듯이 들리는 비명 소리는 여자처럼 고음을 내지는 않았고, 아마도 남자의 목소리라고 생각되었다. 순간 머릿속이 마비가 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생각에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머릿속은 두려움보다는 궁금증 쪽으로 굳어져 있었다.


왜 그랬는지 나는 어느 샌가 집 방향을 뒤로한 채 비명 소리가 들렸던 곳 그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나는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어느 샌가 주변의 안개가 꽤나 걷혀진 모습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을 때쯤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이상하리만치 안개가 옅어진 곳에 분수가 있었다.


‘어라……. 이곳만 안개가 없네.’


라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니 또 한 치 앞도 알아볼 수 없는 안개가 있었다.


이곳만 이상하게 안개가 없다는 생각에 뭔가 수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크크크. 넌…….”


“목소리…….”


누군가의 말소리에 나는 사람이 있나 하고는 앞으로 더더욱 걸어갔다. 그런 만큼 알아듣지 못할 말소리는 더더욱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그곳은 우리 공원에서 큰 공터가 있는 그곳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큰 공터에 도착한 순간 나는 눈앞의 모든 것을 의심했다.


“아…….”


그러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어떠한 표현으로도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모든 신경기관이 마비된 듯이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비명을 내지르게 되었다.


“아!!!!!!!!!!”


유안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한 여자가 입으로 한 남자의 목을 물고 있는 장면이었다. 남자는 목만 덩그러니 여자에게 물린 채 몸은 온데간데없었다. 피는 여기저기 산개해 있었고 남자의 팔과 다리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그제야 유안의 존재를 깨달은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퉤 하고 뱉어버렸다. 그러자 목만 남은 형체가 덩그러니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제야 여자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여자는 몸매가 다 드러날 정도로 옷이 피에 젖어 있는 상태였다. 피로 물든 여자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고,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여자의 얇은 옷은 그것을 커버할 수가 없었다. 드러난 봉긋한 가슴과 들어간 잘록한 허리와 다시 튀어나온 골반은 어떤 남자가 보더라도 성욕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정도의 몸매임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불길할 정도로 붉은 머리카락은 마치 실제로 피가 하늘하늘 움직이는 것처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모습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하는 사이에 먼저 움직인 것은 여자였다. 여자가 유안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공포감에 몸이 굳어 있던 유안은 이미 도망갈 생각을 포기했는지 그저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정확히는 그저 가만히 있는 것과 같았다. 가만히 있는 유안, 그리고 피에 절어 다가오는 의문의 여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바닥에 누워 있는 유안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작가 한마디